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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장소, 환대(김현경)

한 마디로 표현하면 나를 압도해버린 책이었다. 프롤로그부터 몰입시켜 작가의 세계로 나를 가차 없이 끌어당겼다. 작가는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쳤고 이 책이 그러하듯 학술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을 실험하는 중이라고 한다. 나는 왜 태어났고 왜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삶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희미하게 풀릴 무렵 작가는 내게 다른 고민을 던져 준다. 우리는 어떻게 이 세 상에 들어오고 사람이 되는가? 우리가 사람이기 때문에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 것인가, 아니면 이 세상에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사람이 된 것인가? 적대적인 타자를 환대하는 것은 가능한가? 제목 그대로 사람, 장소 그리고 환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아렌트와 고프먼의 연구를 참조하며, 상호..

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김정운)

지난달 중순부터 벌써 3번째 읽고 있는 는 한마디로 내게 굉장히 영감을 주는 책이다. 철학과 심리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재미있게 풀어내고 작품 속 곳곳에서 만날 수는 압축된 하이쿠는 시를 읽는 설렘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게다가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자연 풍경을 담은 사진들은 보는 순간마다 '나도 그리고 싶다', '나도 그곳에 있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한다. 작가 김정운은 독일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문화심리학자로 명지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를 읽고 교수직을 스스로 내려놓는다. 자신이 내린 충동적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고백할 땐 기대하지 못했던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학교를 떠난 후 그의 다음 행적은 돌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를 전공한다. 그것은 그의 어릴 적 희미한 꿈이 실현되는 시..

The Great Gatsby(F. Scott Fitzgerald)

어린 시절 어머니의 강력한 지지로 작가가 된 Francis Scott Key Fitzgerald(1896-1940)는 비운의 작가다. 죽기 전까지 스스로를 실패한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로 작품들이 성공하지 못했고 사랑하는 아내 Zelda의 정신병으로 인해 결국 각자의 삶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가 죽고 나서야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거듭났다. The Great Gastsby 속 Gastby와 Daisy는 흡사 Fitzgerald와 그의 아내 Zelda와 많이 닮아있다. 사랑해도 부와 명예를 갖추지 못한 남자를 인내할 만한 여인들이 못 되었고 어느 정도 성공한 후에서야 그 사랑을 받아주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사치스럽고 화려한 삶을 살다가 경제적인 곤궁에 빠진 작가가 그린 Gatsby는 자신의 삶을..

공부의 힘(노태권)

중졸 아들을 서울대에 합격시킨 공부의 힘 여러 가지 공부 계획을 세워 놓고 자신이 없었다. 나처럼 중년에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어 검색을 하다 알게 된 책, 사실 공부에 관련된 책이라면 읽을 만큼 읽었다 :) 이제 대리만족은 그만하고 시작만 하면 되는 딱 그런 시점이었는데 전혀 기대감 없이 읽어서일까? 그 어떤 책 보다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 시간이 없어서, 여유가 없어서 공부를 못한다고 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이유들은 단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책이었다. 작가도 정말 경이로운 분이지만 그의 아내는 더욱 대단했다. 마치 현대판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를 보는 기분이랄까.. 노태권 작가는 난독증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막노동으로 생계를 어렵게 이어나가던 사람이었다. 첫째..

Flipped (Wendelin Van Draanen)

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책으로, 2010년에 영화로도 개봉돼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20년 전에 출판되었다니 그동안 흘러간 세월이 믿기지 않는다. 이번에 읽을 땐 일주일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했다. 영어 낭독 원서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스토리 구성이 워낙 탄탄하고 흥미로운 내용 전개로 인해 말 그대로 page-turner book이다. 특히나 두 주인공의 관점을 독자들에게 지그재그로 보여주는 방식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문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굉장히 술술 읽히지만 의외로 모르는 단어가 꽤 등장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모르는 단어를 노트에 따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이 책은 단순히 Bryce와 Julie의 첫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작..

Farmer Boy(Laura Ingalls Wilder)

이 책은 를 읽고 작가의 다음 시리즈를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이다. 그러나 두 작품의 연관성은 없다. 는 1933년에 출판된 책으로 그녀의 첫 작품과 달리 작가의 남편인 'Almanzo Wilder'의 어린 시절을 토대로 하고 있다. 오히려 그녀의 세 번째 작품인 가 첫 작품의 내용을 이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Laura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은 Little House series 1권과 3권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오히려 낫다. 가 보여주는 작품의 분위기는 과 사뭇 다르다. 전에도 언급했듯이 첫 작품은 스토리 라인이 주는 흥미가 거의 없는데도 작품 자체가 힐링을 전해주는 소설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박진감 넘치는 사건들이 등장한다. '미국 공교육 현장의 체벌 문화'라던가 역으로 학생들이 교사를 집단 구타 ..

마지막 이벤트(유은실)

지인을 통해 동화와 청소년 소설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유은실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두어 편 읽을 책을 살피다 도서관에서 바로 빌릴 수 있는 를 먼저 읽기로 했다. 국립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추천 도서이기도 했다. 우리 가족 모두 함께 읽기로 하고 남편이 먼저 책을 읽기 시작했다. 테이블 맞은편에서 그는 읽는 동안 울고 웃었다. 딸은 책 겉표지에 그려진 할아버지 그림과 란 제목에서 내용을 미리 유추했다. '너무 뻔해요, 결국 할아버지 돌아가시는 얘기 아닌가?' 이 책은 13살 영욱이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할아버지와 같은 방을 쓰는 영욱이는 아빠보다 할아버지를 더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빠는 싫어하고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영욱이는 아빠의 폭언을 들을 때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드는 ..

Little house in the big woods(Laura Ingalls Wilder)

도서관에서 책 표지가 예뻐 우연히 집어 든 책, 옆에 비슷한 느낌을 가진 표지의 책 'Farmer boy'가 꽂혀 있길래 자세히 살펴보니 1932년에서 1943년 사이에 작가가 Little House series로 발표한 책들 중 한 권이었다. Laura Ingalls Wilder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한 이 책은 자서전 스타일의 책으로 그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해서 쓴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훨씬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도 했고 미국 위스콘신주 어느 숲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활하는 Laura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일이 꽤나 흥미롭다.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에서 집을 짓고 살다가 지나가던 동네 처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한 후 아이들을 낳고 생활하는 모습을 우리가 볼 수 있다면 딱 이런 모습일 ..

To kill a mocking bird(Harper Lee)

참 오래오래 미뤄두다가 읽은 소설이다. 사실 'Winner of the PULITZER PRIZE'라는 타이틀에 매혹돼 읽고 싶었다. 1960년에 출간되었지만 그 배경은 1930년대 미국의 어느 작은 마을 Maycomb이다. 사실 mocking bird는 앵무새가 아닌데 우리나라에서는 '앵무새 죽이기'로 번역돼 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듯하다. 소설을 읽다 보면 'mocking bird'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 개념에서 확장돼 비유되는 대상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Atticus said to Jem one day. "I'd rather you shot at tin cans in the back yard, but I know you'll go after birds. Shoot all th..

브레이킹 루틴(천인우)

책을 소개하는 팟 캐스트에서 작가의 느릿느릿한 템포의 음성을 들으면서 꽤나 편안함을 느꼈다. 질문의 대답이 너무 빠르게 나오지도 않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의 신중함이 느껴졌다. '늘 가던 길로만 가면, 삶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는 그의 신념을 살리고자 제목을 브레이킹 루틴이라고 지었지만 사실 관사가 탈락돼 어법에는 맞지 않는 제목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천인우 작가는 나보다 훨씬 어리지만 여러 면에서 본받을만하고 동시에 참 부러운 사람이다. 이미 한 일에 대한 후회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합리화가 가능하지만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했던 일에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적어도 그의 삶에서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그의 실력과 신념과 용기가 참 부럽다. 작가는 외고를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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